새벽 여섯시 반. 무슨 반응 검사를 한다고 주사 두개를 가져오더니 자는 애 팔뚝에다 찍찍 그어 잠을 깨워 놓았다. 그리고 일곱시. 또 다시 자는애 엉덩이에 불주사 한방을 놓으면서 잠을 깨우고 난리를 치더니 일곱시 반에 애 안고 수술실로 오라 그러면서 수술복을 준다.
수술복으로 갈아입히고 물달라는 걸 살살 달래서 안고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에 수술복,모자, 마스크.. 테레비에서 많이 보던 복장을 입고 따라 들어간다.
길고긴 복도를 지나 수술실. 조금 있으니 집도 의사가 들어오고, 무슨 수술인지 그제서야 아는 눈치.
십장박동을 ?n크하는 기구를 몇개 붙이고, 손가락 발가락에도 뭘 찝고난 후. 마취 마스크를 입에 갖다대며 여기다가 풍선을 불라 그런다. 젠장.. 얘나이가 몇갠데 그런 속임수가 통할거 같아??
파랗게 얼어있는 연하는 그래도 찍소리 못하고 시키는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후 호스를 끼우고 마스크를 쓴다.
연하손을 잡고 있던 나는 그순간 갑자기 모든게 후회되면서, 어제 적은 수술 동의서의 수많은 경고, 협박 문구들이 떠올랐다. 아.. 그냥 잘 안들리더라도 놔둘껄..그냥 이렇게 힘든거 하지말고 그냥 놔둘껄.
그러면서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거란 생각과, 다시 눈을 뜨지 못하면 어쩌나..그럼 난 어쩌나.. 눈앞이 희뿌예졌다.
하나, 둘, 셋.. 세번 숨을 들이쉬고 연하는 눈을 감았다. 감지마.. 자지마..
나가 있으라 그랬다. 나는 울먹이며 집도의사와 인턴들에게 꾸벅이며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해요. 수고하세요..
돌아나오는 복도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수술실이 스무개는 되는듯 했다. 모두들 발가벗긴 환자들 앞에서 칼을 들고 있었다 .. 아.. 인간 백정들.. 인간도 아냐..너무 밉고 혐오스럽고.. 오늘처럼 의사들이 미웠던 날이 없었던거 같다.
대기실에서 한시간 반. 길면 한시간이라 그랬는데 왜 삼십분이 지나도 안나오는거지.. 너무너무 떨리고. 무섭고..
그리고 연하이름이 불러워지고 뛰어가니,. 아직 마취가 덜깨었는지, 온몸을 비틀며 소리치고 있었다. 눈도 뜨지 못하고, 엄마목소리도 못알아듣고,.. 그냥 울부짖고 있었다.. 내딸에게 무슨짓을 한건가.. 내가..
오늘처럼 의사들이 미웠던 날도, 엄마가 보고싶었던 날도 없을거다. 난 아직 아이인가보다..
연하는 저녁때에 제 컨디션을 되찾고 언니랑 웃으면 놀다가 아홉시에 잠들었다. 미열이 약간 있고 코가 좀 막히긴 하지만,. 오늘아침에 전신마취 수술을 한 환자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제는 정말 아프지말자. 수술도, 마취도, 입원도 하지말자. 알았지? 우리 천사들?
사랑해. 정말.